컨버터(병 잉크를 빨아들여 담는 교체식 잉크 통)에 잉크를 채우고 투명한 통을 불빛에 비춰 보면 잉크 위에 공기가 한 덩이 걸려 있을 때가 있다. 되돌려 짜서 다시 채워도 그대로다. 병에는 잉크가 넉넉한데 왜 안 차는지, 고장인지 궁금해서 새벽에 제조사 FAQ를 뒤졌다(고장 여부 확인에 새벽이 필요한 일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만년필 잉크 공기방울은 어느 정도까지는 정상이다. 파일럿 공식 FAQ가 컨버터 40을 두고 직접 그렇게 답한다. 다만 처음부터 잉크가 거의 안 들어오거나 필기가 끊긴다면 원인이 따로 있다. 제조사 공식 안내와 판매점 정비 안내를 교차해서 정상과 문제를 가르는 기준과 공기를 줄이는 순서를 정리했다.

컨버터에 공기가 남는 건 정상일까

파일럿 컨버터 40 기준으로는 정상이다. 파일럿 공식 FAQ(일본어)는 흡입할 때 닙 안쪽 피드(잉크가 닙으로 가는 길을 낸 부품)의 홈(빗살 홈, 잉크 홈, 공기 홈)에 있던 공기도 함께 빨려 들어오므로 통 안을 전부 잉크로 채울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규정량 0.4ml를 흡입한 뒤에도 공기가 많이 남지만 이 상태는 정상이라고 한다. 사용법 페이지에도 같은 컨버터를 예로 들어 가득 차는 일은 없다고 적혀 있다.

필기할 때는 잉크가 홈을 타고 내려가고 그만큼의 공기가 올라간다(만년필 피드 구조). 흡입할 때는 잉크가 이 홈들을 거슬러 올라오니 홈 속 공기가 잉크와 함께 통으로 딸려 들어온다.

컨버터 피스톤을 내린 뒤 천천히 돌려 잉크를 흡입하면 통 안 잉크 위에 공기가 남는 세 단계 모식도
흡입할 때 피드 홈 속 공기도 함께 올라와 통 안에 남는다 (모식도)

제조사별 만년필 잉크 흡입 방법, 닙은 어디까지 담글까

안내마다 닙을 담그는 깊이 기준이 다르다. 공식 문서 두 곳과 판매점 안내 두 곳(미국의 Goulet Pens와 Fountain Pen Revolution, 이하 FPR)을 표로 모았다. 숨구멍은 닙 가운데 뚫린 작은 구멍이고, 세일러는 안내문에서 하트 구멍이라고 부른다.

출처 담그는 깊이 속도 공기 관련 설명
파일럿 공식 목(首) 부분까지 언급 없음 공기도 함께 흡입해 가득 차지 않으며 정상
세일러 공식 숨구멍까지, 제품에 따라 그립까지 천천히 언급 없음
Goulet(라미) 수면이 그립에 닿을 때까지 언급 없음 첫 흡입에 안 차면 한 번 더
FPR 닙과 피드 전체 천천히 일정하게 되돌려 짜고 다시 채워 공기를 뺀다

표를 채우다가 같은 동작에 기준이 세 개라는 걸 알았다(스프레드시트를 여는 이유는 늘 이렇게 생긴다).

닙 끝을 확대한 흑백 사진으로 닙 표면에 잉크 방울이 맺혀 있고 옆에 검은 잉크 방울이 보인다
닙 가운데 작은 둥근 구멍이 숨구멍이다

세 기준이 서로 부딪치지는 않는다. 깊을수록 앞 기준을 포함한다. 왜 이 깊이인지 설명한 안내는 찾지 못했다. 피드 끝의 홈 입구가 수면 위로 나오면 잉크 대신 공기가 들어올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고, 확인된 건 내가 본 안내 중에 닙을 얕게 담그라는 곳은 없었다는 점이다.

닙을 병 잉크에 담그는 깊이를 숨구멍 닙과 피드 전체 그립 세 기준으로 비교한 모식도
안내마다 다른 담그는 깊이는 깊을수록 앞 기준을 포함한다 (모식도)

내 펜의 매뉴얼에 깊이 기준이 있으면 그쪽이 우선이다. 없거나 애매하면 그림의 ③에 맞추면 세 기준을 모두 채운다. 병 속 잉크가 그만큼 깊어야 하는데, 잔량이 적을 때 병 바닥 모양이 흡입을 좌우하는 이야기는 잉크 병 바닥 설계에 있다.

컨버터 공기방울, 이런 증상이면 문제다

공기가 남는 것 자체는 신호가 아니다. 잉크가 안 들어오거나 필기가 끊기는 게 신호다. FPR의 원인 분류에 제조사 안내를 맞춰 증상별로 정리했다.

증상 의심 원인 확인과 조치
잉크 대신 공기만 올라온다 닙이 얕게 잠겼거나 병 잉크가 적다 깊이를 확인하고 잔량이 적으면 병을 30도에서 45도 기울인다(FPR)
잉크가 올라오다 다시 내려간다 컨버터가 덜 끼워졌거나 공기가 샌다 끝까지 다시 끼운다. 물을 흡입해 세웠을 때 수위가 내려가면 씰 문제(FPR). 세일러는 자사 컨버터를 쓰라고 안내한다
노브가 뻑뻑하다 씰이 마르거나 찌꺼기가 끼었다 미지근한 물로 씻는다(파커 코리아는 컨버터로 물을 5번에서 7번 흡입하고 내보내라고 안내)

원인 분류와 물 테스트는 제조사 문서가 아니라 판매점 안내에 기댄 부분이다. 제조사 자료로 확인한 건 깊이, 천천히 돌리기, 단단히 끼우기, 세척이다. 같은 흡입이 세 번 연속 실패하면 컨버터 교체를 생각하라는 게 FPR의 기준이다. 세척법은 만년필 세척 가이드에 따로 있다.

만년필 컨버터 공기방울 빼는 방법

닙을 병에 담근 채로 잉크를 조금 되돌려 짜고 다시 흡입하는 것이 기본이다. 깊이 기준대로 담그고 노브를 천천히 돌려 흡입한 뒤 통 안에 공기가 보이면, 닙을 담근 채로 노브를 반대로 돌려 잉크를 조금 내보내고 다시 흡입한다. 횟수는 안내마다 다르다. Goulet은 한 번 더, FPR은 글에 따라 한두 번 또는 두세 번이라고 적는다. 통을 불빛에 비춰 보며 멈출 때를 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남으면 닙이 위를 향하게 들고 통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려 공기를 위로 모은 뒤 다시 되돌려 짠다. 두드리기만으로는 공기가 위치를 옮길 뿐 빠지지 않는다고 FPR은 짚는다. FPR은 통 안 공기가 닙으로 가는 잉크 길을 막을 때 끊김이나 시작 불량이 생긴다고 본다. 파일럿 기준으로는 조금 남는 게 정상이니, 공기를 0으로 만들려고 세 번째 되돌려 짜고 있다면 파일럿 FAQ를 다시 읽을 때다.

공기방울이 보일 때 어떻게 판단할까

지금 당신의 컨버터에 공기가 한 덩이 걸려 있어도 놀랄 일은 아닐 수 있다. 규정량 근처로 잉크가 들어왔고 닙까지 내려와 필기가 이어지면 그대로 써도 된다. 처음부터 안 들어오거나 필기가 끊기면 쉬운 것부터 깊이, 병 속 잉크 양, 컨버터 끼움 순으로 확인하고, 그래도 안 되면 컨버터를 바꿔 보라는 게 FPR의 결론이다.

카트리지만 쓰는 사람에게는 이 글의 흡입 과정이 해당하지 않는다. 갈아탈 만한지는 컨버터와 카트리지 비용 비교에서 계산했다. 피스톤이 몸통에 든 만년필 같은 다른 충전 방식은 이 글이 본 자료 밖이다. 이 글은 제조사 공식 안내와 판매점 안내를 교차한 정리이지 직접 시험한 결과가 아니다. 공식 문서로 확인한 곳은 파일럿, 세일러, 파커 코리아이고, 일본어 원문은 내가 옮겼다.

컨버터를 피스톤형과 스퀴즈형으로 나눠 보면 공기가 남는 방식도 다른지 궁금해졌다. 그 각도의 자료가 있는지부터 찾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