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리필 속지를 교체하려다 막혀 본 사람이 꽤 있다. 새 속지를 사서 기분 좋게 뜯었는데 구멍이 링에 제대로 안 걸리거나, 억지로 끼워 넣어도 종이가 한쪽으로 쏠리는 일. "같은 6공인데 왜 안 맞지?"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6공 다이어리는 권장 표준이 있지만 법적 강제 규격이 아니라서 브랜드마다 구멍 간격이 미묘하게 다르다. 특히 A6 사이즈는 이름은 같아도 종이 폭이 최대 11mm까지 차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 글은 그 규격 차이를 수치로 설명한다.
6공 링 간격에 표준은 있다
6공 링 바인더의 구멍 배치는 대략 이런 패턴을 따른다. 구멍 직경 5mm, 인접한 구멍 사이 간격 19mm, 가운데 큰 간격 51mm. 여섯 개 구멍을 세 개씩 두 묶음으로 나누고, 묶음 안에서는 19mm씩, 두 묶음 사이는 51mm를 두는 방식이다.
이 규격은 Filofax Personal 사이즈를 기준으로 오래전에 정착했다. Personal 사이즈는 6공 링 바인더 시장에서 가장 오래 쓰인 규격 중 하나로, 전 세계 제조사들이 이 패턴을 사실상 공통 기준으로 삼는다. 이 패턴을 따르는 리필이라면 Filofax 바인더에도, 같은 간격을 쓰는 다른 브랜드 링에도 들어간다. 국내에서 "6공 다이어리 표준"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패턴이다.
그런데 이 규격은 권장이지 강제가 아니다. 제조사가 구멍 간격을 조금 다르게 뚫어도 판매에 아무 제약이 없다. 그 결과가 리필 호환 실패다.
A6 리필이 유독 안 맞는 이유
A6 6공 다이어리 리필에서 호환 문제가 자주 생기는 건 이름만 통일돼 있고 실제 치수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서 공개된 비교 자료를 보면, 같은 "A6 6공"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의 종이 폭이 94mm에서 105mm까지 다양하다. 최대 11mm 차이다. 높이는 170~172mm 범위로 비교적 일정하지만, 폭이 이 정도로 흔들리면 링에 끼웠을 때 종이가 오른쪽에 남는 여백이 달라진다.
더 큰 문제는 첫 번째 구멍의 위치다. 표준은 종이 왼쪽 가장자리에서 19mm 지점에 첫 구멍이 뚫린다. 그런데 일부 브랜드는 같은 A6라도 첫 구멍을 13mm 지점에서 시작한다. 구멍 위치가 6mm 안쪽으로 밀리면 나머지 구멍도 전부 밀리고, 표준 간격의 링에 끼우면 구멍이 링에 제대로 걸리지 않거나 종이가 비뚤어진다. 공개된 비교에서 일부 국산 브랜드가 이 방식을 쓰는 것으로 확인된다.
왜 A6에서 유독 이런 일이 생기는가. A6는 작은 종이에 표준 구멍 배치를 그대로 적용하면 종이 왼쪽 가장자리까지 여백이 빠듯해진다. 제조사들이 이 압박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다 보니 구멍 위치가 브랜드마다 달라졌다. A5는 종이가 크고 여백 여유가 있어 편차가 비교적 적다.

6공 다이어리 사이즈별 규격 비교
6공 다이어리에는 여러 사이즈가 있다. 이름이 달라도 링 간격은 같은 경우가 있고, 이름이 같아도 실제 수치가 다른 경우가 있어서 리필을 살 때는 종이 폭과 구멍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낫다.
| 사이즈 | 종이 폭 | 종이 높이 | 비고 |
|---|---|---|---|
| A5 | 148mm | 210mm | 구멍 간격 표준 준수율 높음 |
| Personal | 95mm | 171mm | 국제 기준, 호환성 가장 넓음 |
| Personal Wide | 121mm | 171mm | Personal과 높이 동일 |
| A6 | 94~105mm | 148mm | 브랜드 편차 가장 큼 |
| B6 | 108mm | 172mm | 국내 다이어리에 자주 쓰임 |
| 81mm | 120mm | 가장 작은 표준 6공 |
Personal 사이즈는 전 세계 기준이 된 사이즈인 만큼 호환 가능한 리필 종류가 가장 넓다. A5도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일부 A5 바인더는 Personal 사이즈 링 간격을 A5 종이에 그대로 적용한 제품이 있다. 이 경우 A5 종이가 들어가기는 하는데 구멍이 왼쪽으로 치우쳐 보인다. 6공 바인더 시스템 호환 구조에 대한 정리는 6공 바인더 시스템 호환 구조 정리에서 볼 수 있다.
호환 리필 고르는 실전 방법
가장 안전한 방법은 현재 바인더와 같은 브랜드의 리필을 쓰는 것이다. 특히 A6에서는 이 방법이 사실상 유일하게 확실한 선택지다.
같은 브랜드 리필을 구하기 어렵다면 상세 페이지에서 구멍 위치 수치를 확인한다. "첫 번째 구멍 19mm, 구멍 간격 19mm" 식으로 표기하는 제품이 있다. 이 수치가 바인더 링 위치와 맞으면 대부분 들어간다. 확인이 어려우면 소량으로 먼저 맞춰보는 것이 낫다.
Personal 사이즈를 쓰고 있다면 이 고민에서 가장 자유롭다. Franklin Covey, Day-Timer, 국내 Personal 사이즈 리필 대부분이 같은 구멍 간격을 쓴다. 속지 규격 전반에 대한 내용은 다이어리 속지 리필 규격 정리에 더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어떤 바인더를 쓰든, 새 리필을 사기 전에 종이 폭과 첫 구멍 위치 이 두 수치만 확인하면 실패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사이즈 이름이 같아도 브랜드마다 구멍 간격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얘기지만, 처음 리필을 교체해보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 정보다.
조사하다 보니 커뮤니티 비교 글에 "표준이 있는데 아무도 안 따른다"는 문장이 있었다. 이보다 정확한 요약은 없을 것 같다. 다음에는 나사 방식 바인더나 디스크 바인딩처럼 아예 구조가 다른 것들도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