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길어지면 손이 심심해져서 볼펜을 딸깍거리게 된다. 몇 번 누르다 보면 옆자리 눈초리가 느껴진다. 그런데 얼마 전 만년필 뚜껑처럼 몸통을 돌려서 심을 꺼내는 볼펜을 손에 쥐어 보고서야, 이 흔한 딸깍 소리가 모든 볼펜의 기본값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노크 볼펜은 왜 누를 때마다 딸깍 소리를 내고, 트위스트 볼펜은 왜 그 소리가 안 날까. 궁금해서 특허 문서까지 뒤졌다. 답은 두 방식이 심을 고정하는 원리 자체가 다르다는 데 있었다. 노크식은 톱니와 하트 모양 홈으로 걸어서 고정하고, 트위스트식은 나사산으로 밀어서 고정한다.
노크 볼펜 원리, 딸깍 소리는 왜 나는가
노크 볼펜의 딸깍 소리는 버튼 아래 톱니(래칫)가 하트 모양의 캠 홈을 타고 넘어가면서 부딪히는 소리다. 버튼을 누르면 톱니가 캠 표면을 밀며 돌다가, 하트 모양 홈의 오목한 자리에 걸리는 순간 회전이 멈춘다. 이때 나는 충돌음이 첫 번째 딸깍이고, 다시 누르면 톱니가 그 홈을 벗어나 반대편 홈으로 넘어가면서
볼펜 리필을 사러 문구점에 들어섰다가 진열대 앞에서 멈춰 선 적이 있다. Parker, D1, G2라고 쓰인 라벨들이 나란히 꽂혀 있는데, 지금 쓰는 펜에 어떤 규격이 들어가는지 모른다. 검색을 해봐도 "G2 규격"이 파커 방식 볼펜심을 가리키는 건지 파일럿 G2 젤펜 리필인지 헷갈린다. 이 혼란은 제품 이름과 규격 이름이 겹쳐 있는 데서 시작한다.
볼펜 리필에는 사실상 세 분류가 있다. 크기 기준의 국제 표준인 D1, 브랜드 표준에서 출발해 국제 표준이 된 Parker G2 방식, 그리고 제조사별 독자 규격. 세 분류는 치수가 달라 서로 교체가 안 된다. 어느 쪽에 속하는지 알면 구매 전에 호환 문제를 미리 피할 수 있다.
D1 규격이란 무엇인가
D1은 ISO 12757-1로 정의된 국제 표준 규격이다. 길이 67mm, 지름 2.3mm — 볼펜 리필 가운데 가장 작은 분류다. 이 크기가 필요한 이유는 구조적으로 명확하다. 4색이나 5색 볼펜처럼 하나의 몸통 안에 여러 리필심
다이어리 일정에 색 구분을 들이기로 했다. 일은 파랑, 개인 약속은 초록, 마감은 빨강. 그래서 4색 볼펜을 꺼내 엄지로 슬라이더를 딸깍거리는데, 문득 손이 멈췄다. 색을 바꿀 때마다 촉이 나오는 구멍은 하나다. 좁은 관 하나를 네 색이 번갈아 지나다니는데, 파란 글씨에는 빨강이 한 톨도 묻어 나오지 않는다. 이게 왜 당연하지.
답부터 말하면 당연한 게 맞다. 4색 볼펜 안에는 잉크관과 촉이 한 몸인 독립 리필이 네 개 들어 있고, 네 잉크는 펜 안 어디에서도 만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은 4색 볼펜의 내부 구조와 슬라이더가 색을 바꾸는 원리, 그리고 멀티펜의 세계를 지탱하는 공용 리필 규격 D1까지 정리한다. 일정 색 구분은 그날 밤 리필 규격 조사로 번졌고, 정신을 차려 보니 리필 호환표를 만들고 있었다. 표가 나왔다는 것은 이 조사도 끝을 봤다는 뜻이다.
4색 볼펜에는 펜이 네 자루 들어 있다
색이 안 섞이는 이유는 구조 그 자체다. 4색 볼펜의 리필은 잉크관 끝에 볼
회의록을 몰아 쓰던 날이었다. 마음이 급해서 손이 말을 앞질러 갔고, 페이지를 넘기려고 손날로 종이를 쓸었더니 방금 쓴 문장이 길게 번져 있었다. 파란 자국은 손날에도 묻어 있었다. 옆자리 동료의 메모는 멀쩡했다. 조건이 다른 것은 펜 하나뿐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차이는 잉크의 용매, 그러니까 색을 실어 나르는 액체가 기름이냐 물이냐에서 온다. 펜 포장에 적힌 유성·수성·중성이 바로 그 구분이다. 이 글은 세 잉크의 성분과 점도 차이를 비교하고, 번짐과 건조 속도와 필압을 기준으로 용도에 맞는 볼펜을 고르는 법까지 정리한다. 회의록은 그날 밤 다시 정리했다. 잉크 용매를 검색하다가 자정을 넘긴 것은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유성 수성 중성 펜의 차이, 용매가 가른다
세 이름은 잉크의 용매 구분이다. 유성 잉크는 기름 계열 용매에 염료를 녹인 것이고, 수성 잉크는 물에 염료를 녹인 것이다. 중성 잉크는 물 기반이라는 점에서는 수성 쪽이지만, 안료와 겔화제(잉크를 젤리처럼 굳
문구점 시필 코너에서 같은 0.5가 적힌 볼펜 여섯 자루를 나란히 그어 본 적이 있다(여섯 자루는 과했다는 자각은 있다). 선 여섯 개가 전부 달랐다. 굵기도, 손끝에 오는 감촉도 달랐다. 같은 숫자를 달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집에 오는 내내 펜 끝에서 구를 작은 공을 생각했다. 볼펜이라는 이름이 앞세우는 그 볼 말이다.
그래서 이 글은 볼펜 볼의 원리를 다룬다. 지름 1mm 안팎의 공이 어떻게 잉크를 종이로 옮기는지, 촉 안쪽은 어떻게 생겼는지, 굵기 표기 0.5는 무엇의 치수인지, 부드러운 볼펜과 긁히는 볼펜은 어디서 갈리는지. 제조사 기술 문서와 공개 자료를 종합해 정리했다.
볼펜 볼의 원리, 잉크 묻은 공을 굴려서 쓴다
볼펜은 잉크를 뿜지 않는다. 잉크가 묻은 공을 종이 위에 굴린다. 촉 끝 볼의 안쪽 절반은 잉크 관에 잠겨 있고, 잉크가 중력을 타고 내려와 그 면을 적신다. 펜을 끌면 볼이 구르면서 잉크 묻은 면을 종이에 대 주고, 잉크를 넘겨준 면은 돌아 들어
필통을 정리하다가 같은 모델의 볼펜이 세 자루라는 걸 발견했다. 잉크가 다 되면 리필심 대신 매번 새 펜을 샀던 흔적이다. 리필이 있는 줄 몰랐던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본체를 샀을까.
게으름이라고 결론 내리기 전에 그 게으름이 실제로 얼마짜리인지 계산해 봤고, 답부터 말하면 펜에 따라 다르다. 천 원대 펜은 리필해도 이득이 거의 없고, 만 원대 이상 펜은 리필 서너 번이면 본체 값을 회수한다. 이 글은 그 갈림길과 함께, 리필 규격 확인법과 새 펜만 살 때 생기는 숨은 비용까지 정리한다.
리필형 볼펜과 일회용 볼펜, 가격 구조 차이
시중 가격들을 모아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해 보니, 펜의 세계는 리필 관점에서 두 부류로 나뉜다.
저가 펜은 본체 가격과 리필심 가격이 거의 붙어 있다. 본체가 천 원인데 리필이 칠팔백 원인 식이다. 이 구간에서 리필은 경제 행위가 아니라 그냥 취향의 문제다. 그립이 길이 들었든 몸통에 정이 들었든, 돈으로는 딱히 정당화가 안 된다.
중가 이상의
서랍을 정리하다가 볼펜을 아홉 자루 발견했다. 시필을 해보니 네 자루가 안 나왔다. 잉크가 절반 넘게 남은 게 훤히 보이는데 대체 왜 침묵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안 나오는 볼펜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고 그중 상당수는 살릴 수 있다. 이 글은 볼펜 잉크가 굳는 원인과 살리는 법, 예방법을 정리한다. 버리는 일은 자연스럽게 미뤄졌고, 굳은 볼펜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 대신 시작됐다. 이런 식으로 청소가 조사로 바뀌는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볼펜 잉크가 굳는 세 가지 원인
공개 자료를 종합하면 안 나오는 볼펜의 원인은 세 가지다. 용제 증발, 팁 표면의 건조 피막, 그리고 잉크 역류다.
첫 번째는 용제의 증발이다. 유성 잉크는 색소를 알코올 계열 용제에 녹인 것인데, 펜 끝 볼과 소켓 사이의 미세한 틈으로 용제가 아주 천천히 달아난다. 용제가 줄면 잉크 점도가 계속 올라가다가 결국 볼이 구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뚜껑을 잃어버린 펜이 먼저 가는 이유가 여기 있다.
다이어리를 사흘 밀리고 몰아 쓰는 밤이었다. 손에 잡히는 볼펜으로 첫 줄을 썼는데 종이를 긁는 느낌이 거슬려서 다른 펜으로 바꿨더니, 이번에는 미끄러지듯 나갔다. 둘 다 촉은 0.5mm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차이는 잉크 점도, 그러니까 잉크가 얼마나 끈적한가에서 온다. 이 글은 젤펜과 유성볼펜의 필기감 차이를 점도로 설명하고, 내 손에 맞는 펜을 고르는 기준까지 정리한다. 밀린 일기는 결국 다음 날로 넘어갔다. 우선순위가 이상하다는 자각은 있는데, 고칠 생각은 별로 없다.
볼펜 굵기(mm)만으로 필기감을 알 수 없는 이유
0.5mm라는 숫자에는 필기감 정보가 없다. 펜 포장의 0.5mm는 볼의 지름, 정확히는 선폭 규격이다. 같은 규격의 두 펜이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이유는 그 바깥에 있고, 공개된 자료를 종합하면 대부분 잉크의 점도다.
젤펜과 유성볼펜의 잉크 점도 차이
젤펜과 유성볼펜의 잉크 점도는 몇 배 정도가 아니라 자릿수가 다르다. 제조사들이 공개한 스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