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의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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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플러 침 24/6의 뜻, 10호와 33호는 왜 공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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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플러 침이 떨어져서 문구점에 갔다. 입에서 10호 주세요가 반사적으로 나왔고, 계산을 마치고 나오다가 문득 멈춰 섰다. 10호가 대체 무슨 뜻이지. 옆 선반의 상자에는 24/6이라는 분수 같은 표기가 붙어 있었다. 평생 쓴 물건의 규격을 정작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머쓱해서, 침 상자의 암호를 한번 해독해 보기로 했다. 24/6, 분수가 아니라 두 개의 치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기부터 보자. 24/6에서 앞 숫자는 철사의 게이지, 그러니까 굵기이고 뒤 숫자는 다리 길이를 밀리미터로 나타낸다. 24게이지 철사로 만든 다리 6mm짜리 침이라는 뜻이다. 26/6은 더 가는 철사에 같은 길이, 24/8은 같은 굵기에 더 긴 다리다. 게이지는 숫자가 클수록 오히려 가늘어진다는, 철사 산업 특유의 반직관적인 관례를 따르는데, 그래서 26/6이 24/6보다 얇은 종이 묶음에 어울리는 섬세한 침이 된다. 표기 하나에 관통력과 수용 두께가 함께 들어 있는, 알고 보면 꽤 모범적인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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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의 역학, 클립보드와 바인더 클립이 종이를 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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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의 클립보드, 서류 동선을 개편할 때 진행 서류의 지정석이 됐던 바로 그 물건이 서류를 한 장 흘렸다. 집게를 살펴보니 물리는 힘이 예전 같지 않다. 반대편 책상에서는 두꺼운 묶음에 물린 바인더 클립이 종이에 반달 모양 자국을 새기는 중이다. 하나는 너무 약하고 하나는 너무 세다. 집게라는 단순해 보이는 이 기계의 스펙을 한번 따져보기로 했다. 집게는 지렛대와 스프링이다 클립보드의 집게든 바인더 클립이든 구조는 결국 같은 문법을 따른다. 힘을 내는 건 스프링이다. 클립보드는 감긴 토션 스프링이고, 바인더 클립은 몸통 자체가 판 스프링이다. 그리고 그 힘을 손가락이 이길 수 있게 해주는 게 지렛대다. 누르는 자리와 무는 자리 사이에 받침점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손가락 힘 얼마로 그보다 훨씬 큰 무는 힘을 제어하게 된다. 바인더 클립의 접히는 철사 손잡이는 이 지렛대를 필요할 때만 세우고 평소엔 접어두는 꽤 영리한 설계다. 무는 힘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피만 줄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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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볼 서류"가 산이 되는 이유, 책상 위 서류 동선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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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구석의 나중에 볼 것 더미가 어느새 3단 오거나이저 높이를 넘어섰다. 맨 아래 서류가 무엇인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한 날, 더미를 뒤집는 대신 그 구조부터 따져보기로 했다. 나는 왜 자꾸 쌓는가, 그리고 쌓기는 왜 언제나 지는가. 더미의 구조적 결함, LIFO 서류 더미는 자료구조로 보면 그냥 스택이다. 새 것이 위에 얹히고 꺼낼 때도 위에서부터 꺼낸다. 후입선출이다. 문제는 서류의 긴급도가 도착 순서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데 있다. 먼저 온 것일수록 아래에 깔리는데, 그 먼저 온 것들 중에는 마감이 훨씬 급한 것들이 섞여 있다. 게다가 더미는 시인성이 최악이다. 보이는 건 맨 위 한 장뿐이고 나머지는 있다는 기억에만 의존한다. 기억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결국 기억과 함께 무너진다. 즉 더미는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라 잘못된 자료구조를 고른 결과였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죄책감이 분석 대상으로 바뀌어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동선 설계, 인박스 하나에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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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킹테이프의 점착력, 잘 떨어지는 것이 스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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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아래에 메모를 마스킹테이프로 붙여뒀다. 한 달 뒤 메모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같은 주에 다른 사건도 접수됐다. 벽에 붙였던 테이프를 떼자 벽지 표면이 함께 뜯겨 나왔다. 한쪽에서는 너무 빨리 놓아버리고 다른 쪽에서는 너무 꽉 붙잡는, 이 일관성 없어 보이는 물건의 스펙을 따져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스킹테이프는 접착력이 약한 테이프가 아니다. 떨어짐을 설계한 테이프고, 그 설계에는 등급이라는 게 있다. 감압접착제, 누르는 만큼 붙는다 테이프류의 접착은 감압접착제가 담당한다. 풀이나 본드처럼 굳으면서 붙는 게 아니라, 반고체 상태의 점탄성 물질이 압력을 받으면 표면의 미세한 요철로 흘러들어 밀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세게 문지를수록 접촉 면적이 늘어 점착력이 올라가고, 시간이 지나도 서서히 퍼지면서 더 단단히 붙는다. 붙인 직후엔 잘 떨어지던 테이프가 반년 뒤엔 안 떨어지는 그 현상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재작업성과 유지력, 하나를 고르면 하나를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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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 데스크 오거나이저는 왜 3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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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가 한계에 도달해서 정리용품을 검색했다. 데스크 오거나이저 매대를 한 시간쯤 들여다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서랍형이든 선반형이든 대부분이 3단이었다. 2단도 4단도 5단도 만들 수 있을 텐데 왜 시장은 하필 3단으로 수렴했을까. 정리는 이번에도 미뤄두고, 이 수렴의 이유부터 따져보기로 했다. 손이 닿는 높이의 산수 앉은 자세의 인체 치수부터 보자. 인체공학 자료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앉은 사람이 시선 이동 없이 팔을 뻗어 편하게 닿는 수직 범위가 책상 면 위로 대략 30cm 안쪽이라는 점이다. 오거나이저 한 단의 실용 높이를 8~10cm로 잡으면, A4 서류나 필기구가 들어가는 최소 높이인데, 3단이 정확히 그 경계에 딱 맞아떨어진다. 4단부터는 맨 위 칸이 시야와 손의 편한 범위를 슬쩍 벗어난다. 책상 높이 72cm 표준을 기준으로 한 계산이라 앉은키가 아주 크거나 작지 않다면 이 산수는 대체로 유효하다. 그럼 2단은 왜 표준이 못 됐나 반대쪽 질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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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테이프와 수정액, 마름을 기다리느냐 이미 말라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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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에 수정액을 바르고, 다 말랐다고 판단했고, 틀렸다. 위에 쓴 볼펜 글씨가 덜 마른 흰 바닥과 함께 밀리면서 서류는 아까보다 더 심란해졌다. 다시 뽑은 서류에는 수정테이프를 썼는데, 이번엔 긋자마자 바로 쓸 수 있었다. 같은 "흰색으로 덮기"인데 왜 하나는 기다림을 요구하고 하나는 그러지 않는가. 지우개 글에서 미뤄둔 숙제, 잉크를 지우는 도구들의 구조를 오늘 따져본다. 원리는 같다, 덮는다 먼저 공통점부터. 지우개가 흑연을 데려가는 도구라면, 수정액과 수정테이프는 잉크를 지우지 않는다. 이산화티타늄이라는 백색 안료로 잉크 위를 덮을 뿐이다. 이산화티타늄은 불투명도가 매우 높아서 얇게 발라도 아래를 가리는데, 흰 페인트나 선크림에 들어가는 것도 이 안료다. 두 도구의 진짜 차이는 안료가 아니라 그 안료를 종이에 옮기는 방식에 있다. 수정액, 액체로 바르고 마르기를 기다린다 수정액은 안료를 용제에 풀어놓은 페인트다. 바르면 용제가 증발하면서 안료 막이 남는다. 이 구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