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의 책상

형광펜

필기구

얇은 종이에 형광펜, 뒷장을 지키는 세 가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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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린 책 이야기는 아니다. 빌린 책에 형광펜을 긋는 건 그 자체로 범죄니까. 내 얇은 사전에 형광 줄을 그었더니 뒷장의 단어 세 개가 노란 배경을 얻어버렸다. 앞장을 강조했는데 뒷장이 멋대로 편집된 셈이다. 얇은 종이와 형광펜의 조합은 왜 항상 이런 참사로 끝나는지, 그리고 매대에는 대안이 있는지, 스펙을 모아 따져봤다. 참사의 구조, 두 사건이 겹친다 평량 글에서 나눈 용어를 다시 쓰면, 얇은 종이 위의 형광펜은 비침과 번짐을 동시에 일으킨다. 먼저 형광펜은 잉크를 많이 쏟는 도구다. 넓은 칩으로 면을 칠하는 구조라 필기구 중에서도 단위 면적당 잉크 방출량이 가장 많은 축인데, 수성 잉크가 이 정도 양으로 들어오면 사전지 같은 저평량 종이는 그냥 뚫려버린다. 이게 번짐이다. 둘째, 어찌어찌 뚫리는 건 면했다 해도 형광색은 빛을 재방출하는 색이라 존재감이 워낙 강해서, 종이의 낮은 불투명도를 뚫고 뒷면에서 훤히 비쳐버린다. 이건 비침이다. 두 사건의 원인이 다르니 대

필기구

형광펜은 왜 형광인가, 빛을 더하는 잉크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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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정리하다가 7년 전 수험서를 펼쳤다. 이상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볼펜 밑줄은 멀쩡한데 형광펜 자국만 유령처럼 옅어져 있는 것이다. 같은 페이지에서 하나는 살아남고 하나는 증발했다면, 두 잉크는 애초에 다른 원리로 살았다는 얘기가 된다. 책 정리는 그 자리에서 중단됐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하던 일이 멈추는 체질이라 어쩔 수 없다. 미리 말해두면, 형광펜이 눈에 띄는 이유와 형광펜이 사라지는 이유는 같은 원리에서 나온다. 이 글은 그 원리 하나를 따라가는 이야기다. 형광은 반사가 아니라 재방출이다 일반 잉크의 색은 뺄셈으로 만들어진다. 종이에 닿은 빛 가운데 일부 파장을 흡수하고 나머지를 돌려보내는 방식이라, 빨간 잉크는 빨강 이외의 빛을 삼켜서 빨갛게 보인다. 당연히 들어온 빛보다 많은 빛이 나갈 수는 없다. 형광 염료는 여기에 덧셈을 얹는다.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흡수한 뒤, 그 에너지를 눈에 보이는 파장으로 바꿔서 다시 내보내는 것이다. 주변 종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