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매대 앞에서 새 다이어리를 고르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어떤 건 인덱스 탭이 페이지 옆으로 튀어나와 있고, 어떤 건 위쪽에 붙어 있었다. 둘 다 "월별로 빨리 찾으라고" 붙어 있는 건 같은데 생김새는 딴판이었다. 리뷰를 열 개쯤 읽어봤는데 죄다 "취향 차이"라고 끝내서(그럼 이 리뷰들은 다 왜 쓴 건가) 결국 검색창을 열었다.

다이어리 인덱스 탭은 왜 어떤 건 측면에, 어떤 건 상단에 붙어 있을까. 위치가 정말 찾는 속도를 가르는지 사전의 엄지 인덱스와 서류철 탭 구조까지 뒤져서 정리했다.

다이어리 인덱스 탭, 측면형과 상단형은 뭐가 다른가

측면형은 탭이 페이지 옆면, 그러니까 책을 세웠을 때 오른쪽 가장자리에 튀어나와 있고, 상단형은 탭이 페이지 위쪽 가장자리에 붙어 있다. 보는 방향 자체가 다르다는 뜻이다.

측면형의 원조는 사전이다. 사전이나 성경처럼 두꺼운 책 옆면에 반원형으로 파낸 홈을 엄지 인덱스(thumb index)라고 부르는데, 손가락 하나로 짚어 바로 펼치라고 만든 구조다(미국인쇄역사협회 자료). 상단형의 원조는 서류철 쪽에 가깝다. 서랍 속 문서철에 라벨을 위에 붙이는 탑탭(top-tab) 방식은 사무용 파일링 업체들이 오래전부터 써온 규격이다.

측면형과 상단형 인덱스 탭 구조를 시야 방향으로 비교한 모식도
측면형은 옆에서, 상단형은 위에서 보인다 (모식도)

측면형 인덱스 탭이 계단식으로 배치되는 이유

측면형 탭은 대부분 계단 모양으로 어긋나게 붙어 있는데, 이건 꾸밈이 아니라 겹침 방지 구조다.

탭이 전부 같은 높이에 있으면 책을 덮었을 때 서로 가려서 하나만 보인다. 그래서 다음 탭은 조금 더 길게, 그다음은 더 길게 뽑아 계단처럼 배치한다. 이렇게 하면 책을 펼치지 않아도 옆면 전체에서 모든 탭이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위키백과 엣지 인덱스 항목). 다만 한계도 있다. 옆에서 보이는 건 탭이 있다는 사실이지 무엇인지는 아니어서, 정확한 이름까지 읽으려면 결국 펼쳐야 한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색으로 먼저 구분하고 이름은 나중에 읽는 식으로 이 한계를 보완한다.

다이어리 옆면에 계단형으로 붙은 월별 인덱스 탭, 4월이 빨간색으로 강조된 모습
이렇게 계단형으로 배치해야 탭끼리 겹치지 않는다

상단형(탑탭) 구조는 왜 다르게 설계됐나

상단형이 존재하는 이유는 순전히 보관 자세 때문이다. 서류가 서랍 안에 눕혀 쌓여 있으면 사람은 위에서 내려다보게 되고, 그 시선에 맞춰 라벨도 위에 붙는다(사무용 파일링 업체 자료). 반대로 문서철을 책장처럼 세워 옆으로 나란히 꽂아두는 환경에서는 라벨이 측면에 있어야 눈에 들어온다.

다이어리로 옮겨봐도 논리는 같다. 다이어리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세워 놓거나 손으로 촤르르 넘기는 습관이면 측면형이 그 동작과 맞아떨어진다. 반면 책상 위에 펼쳐두고 매일 위에서 내려다보며 쓰는 습관이면, 옆으로 튀어나온 탭이 없어도 상단 라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탭 위치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다이어리를 어떤 자세로 두고 쓰느냐의 문제였다(아니 이걸 다이어리 하나 사려고 서류철 규격까지 알아야 했다니).

실제 플래너에서는 두 방식을 같이 쓴다

시중 플래너를 뜯어보면 둘 중 하나만 쓰기보다 역할을 나눠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분기나 연간처럼 큰 단위는 측면 탭으로 고정해 촤르르 넘기게 하고, 월이나 개별 프로젝트처럼 자주 바뀌는 단위는 위쪽에 붙였다 뗐다 하는 이동식 탭으로 처리한다(플래너 정리 블로그 자료). 큰 틀은 안 바뀌니 튼튼한 측면 탭으로, 세부는 자주 바뀌니 유연한 상단 탭으로 나눈 것이다. 구조 하나로 통일하지 않고 각자 잘하는 역할만 맡긴 설계다.

그래서 다이어리 인덱스 탭, 어떤 걸 고르면 되나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며 자주 꺼내 옆으로 훑어 넘기는 습관이면 측면형(엔드탭)을 고르는 쪽이 맞다. 계단형 배치 덕분에 손끝이 위치를 기억하기도 쉽다.

반대로 책상에 펼쳐두고 고정적으로 쓰면서 월 순서나 프로젝트 구성을 자주 바꾸고 싶다면, 상단형에 이동식 탭을 더한 조합이 더 유연하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만 채워 쓰는 마이그레이션 방식의 불렛저널이라면 애초에 탭 자체가 필요 없다. 되돌아갈 일이 없는 기록에 바로가기를 다는 건 낭비니까.

탭 위치 하나 알아보겠다고 새벽까지 서류철 규격 문서를 뒤졌는데, 정작 내 다이어리에는 탭이 하나도 안 붙어 있다. 이번 주말엔 계단형으로 하나 붙여볼 생각인데, 벌써 며칠째 "이번 주말"만 반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