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뒤를 들여다보면 쉽게 구분이 안 된다. 모니터 전원선, USB 허브 케이블, 이어폰 선, 충전기까지 다 한 방향으로 흘러내리는데, 하나를 잡아당기면 예상 못 한 다른 선이 따라온다. 그 느낌이 매번 낯설다. 언젠가는 정리해야지 하면서 몇 달이 지나는 게 이 영역의 특징이다.
케이블 정리 도구를 검색하면 트레이, 클립, 슬리브, 채널이 동시에 뜬다. 하나만 고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종류가 많아서 오히려 막막하다. 이 도구들은 구조가 다르고, 해결하는 문제도 다르다. 어떤 차이인지 알면 내 책상에 맞는 조합이 보인다.
케이블 정리 도구, 크게 네 가지 구조로 나뉜다
책상 케이블을 정리하는 도구는 역할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된다. 트레이형, 클립형, 슬리브형, 채널형이다. 이름과 생김새는 달라도 하는 일은 하나다. 케이블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정해주는 것. 어떤 도구는 케이블을 감추고, 어떤 도구는 경로만 잡아주고, 어떤 도구는 여러 선을 하나처럼 묶는다.
트레이형 — 전원 장치까지 통째로 숨기는 구조
트레이형은 책상 하부에 붙이는 바구니다. 스틸 메시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망 구조가 나사 또는 클램프로 책상 밑판에 고정된다. 멀티탭을 통째로 트레이 안에 넣을 수 있어서, 충전기와 어댑터까지 한꺼번에 책상 위에서 사라진다.
구조상 장점은 분명하다. 멀티탭이 숨겨지면 거기서 뻗어 나오는 선 여러 가닥도 함께 숨는다. 선 가닥 수가 많은 데스크탑 셋업에서 가장 효과가 크다. 반면 설치할 때 책상 밑으로 들어가서 나사를 조여야 하고, 한번 고정하면 위치를 바꾸기 번거롭다. 트레이 크기는 제품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300500mm 길이로 멀티탭 1개와 어댑터 23개 정도가 들어간다.

클립형 — 경로만 잡아주는 최소 개입
클립형은 케이블 한두 가닥의 경로를 고정하는 도구다. 뒷면에 접착 테이프가 붙어 있거나 책상 가장자리에 끼우는 클램프 방식으로 고정한다. 클립 한 개에 선 한두 가닥을 끼워 넣으면, 그 선이 그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멀티탭을 감추지는 못하지만 빠르게 붙이고 뗄 수 있어서 유연하다. 충전 케이블처럼 자주 꼽고 빼는 선을 책상 가장자리에서 대기시키는 용도로 쓰면 효과적이다. 접착 클립은 점착 강도에 따라 한 달 안에 떨어지는 것도 있다. 클램프형은 책상 두께가 맞아야 하는데, 대개 10~40mm 범위를 지원한다.
슬리브·채널형 — 다발을 묶거나 벽으로 보내는 방법
슬리브는 지퍼가 달린 천 또는 메시 튜브다. 선 여러 가닥을 안에 넣고 지퍼를 닫으면 하나의 두꺼운 선처럼 보인다. 책상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는 선 다발을 처리할 때 쓴다. 내부 직경은 보통 20~50mm 범위이고, 길이는 원하는 만큼 잘라서 쓸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채널(레이스웨이)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ㄷ자 형태의 덮개다. 벽면이나 책상 옆면에 양면 테이프로 고정하고, 케이블을 안에 넣은 뒤 뚜껑을 덮는다. 일반 가정용 제품에서는 16×16mm나 20×20mm 규격이 흔하다. 케이블이 벽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경로에서 인테리어 마감처럼 쓰인다.
어떤 도구를 고를지, 동선이 기준이다
이 네 가지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케이블이 자주 움직이는가, 아닌가.
노트북을 매일 들고 다니거나 자주 꽂고 빼는 선이 많다면, 트레이보다 클립이 맞다. 트레이는 고정형이라 선을 그 구조 안에 넣었다 뺐다 하기 번거롭다. 클립은 경로만 잡아줄 뿐 선은 언제든 꺼낼 수 있다.
반대로 데스크탑 위주의 고정 셋업이라면 트레이가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멀티탭과 어댑터가 한꺼번에 사라지기 때문에, 클립 여러 개를 붙이는 것보다 깔끔한 결과가 나온다. 거기에 슬리브를 조합해 바닥까지 내려오는 선 다발을 묶으면 마무리가 된다.
벽 쪽으로 선을 보내야 하는 구조라면 채널이 유일한 선택지에 가깝다. 클립으로 벽면을 처리하면 선이 공중에 뜬다. 채널은 선을 벽에 밀착시키는 구조다.
데스크 오거나이저와 수납 위치를 먼저 정한 다음에 케이블 경로를 잡으면 동선 계산이 훨씬 쉬워진다. 모니터암을 쓴다면, 암의 회전 반경에 맞게 케이블 여유 길이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도구를 사기 전에 선 길이부터 재는 게 순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케이블 정리 도구를 먼저 사는 게 아니다. 선 경로를 먼저 그려야 한다. 어떤 선이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경로의 길이가 얼마인지를 파악하고 나서 도구를 고르면 실수가 줄어든다. 반대로 하면 짧은 슬리브를 두 번 사거나 트레이가 멀티탭보다 작아서 들어가지 않는 일이 생긴다.
고정 셋업이라면 트레이와 슬리브 조합이 대부분 해결한다. 이동하는 선이 있다면 클립을 그 선에만 쓴다. 벽을 타는 선이 있으면 채널을 그 구간에 쓴다. 네 가지를 다 살 필요는 없고, 내 책상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구간에 맞는 한두 가지로 좁혀지는 게 정상이다.
줄자 한 번이 도구 재주문보다 빠르다. 이 결론에 이틀 걸릴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