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밑에 두꺼운 책 두 권을 괴어 둔 책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 책상일지도 모른다. 낮은 화면에 맞춰 고개를 숙이다 보면 목이 먼저 항의하고, 그쯤 되면 검색창에 모니터암을 치게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스펙표에는 가스스프링, 기계식, 하중 3.2~11.3kg 같은 말이 줄줄이 나오는데 어느 것 하나 친절하지 않다.
그래서 제조사 스펙시트와 기술 자료를 뒤져 정리했다. 이 글이 답하는 질문은 셋이다. 모니터암의 가스스프링은 어떤 원리인지, 기계식 스프링과 무엇이 다른지, 하중 범위는 어떻게 읽는지. 결론 하나만 미리 말하면, 하중은 최대보다 최소가 더 자주 발목을 잡는다.

모니터암이 아무 높이에서나 멈추는 원리, 가스스프링
가스스프링은 압축 질소가 든 밀봉 실린더다. 모니터를 내리면 실린더 속 피스톤이 가스를 누르고, 가스는 눌린 만큼 되밀어 낸다. 자전거 공기 펌프의 입구를 막고 눌렀다 놓을 때 오는 반발력과 같은 종류의 힘이다.
모니터암은 이 반발력을 모니터 무게와 비기도록 맞춰 놓은 도구다. 아래로 당기는 무게와 위로 밀어 올리는 반발력이 팽팽하니, 화면을 어느 높이에 두든 그 자리에 멈춘다. 손가락 하나로 스르륵 움직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균형이 잡힌 물체는 아주 작은 힘만 보태도 움직인다. 암 관절에 붙은 육각 나사가 이 반발력의 세기를 조절하는 장치다. 설명서가 말하는 장력 조절이란 반발력을 내 모니터 무게에 맞추는 일이다.
여기까지 이해하는 데 새벽 한 시가 걸렸다. 목 아픈 걸 해결하려다 기체의 성질을 복습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지만, 자주 있는 일이라 놀랍지는 않았다.
가스스프링과 기계식 스프링 차이
두 방식은 힘의 출처가 다르다. 가스식은 압축 가스의 반발력으로, 기계식은 코일 스프링의 장력으로 모니터 무게를 받친다. 받치는 원리는 같고 힘을 어디서 꺼내 오느냐가 다를 뿐인데, 이 차이가 손끝 감각과 수명과 가격을 가른다.
움직임의 결부터. 제조사 기술 자료를 종합하면 가스식은 손가락 하나로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기계식은 힘이 조금 더 들고 저항감이 있다. 화면을 자주 옮길수록 가스식의 부드러움이 빛을 본다.
내구성은 기계식의 판이다. 코일 스프링은 새어 나갈 것이 없어 수명이 사실상 반영구다. 가스식은 밀봉이 생명이라, 스탠딩데스크 제조사 iMovR의 기술 문서는 값싼 실린더가 해마다 힘을 잃다가 끝내 모니터를 못 받친다고 지적한다. 실린더 품질의 문제라서, 보증을 10년씩 거는 제조사의 제품이라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가격은 가스식이 비싸다. 호주 마운트 제조사 ATDEC 자료 기준으로 같은 급에서 20~35% 프리미엄이 붙는다. 부드러움의 값이다.
모니터암 하중 보는 법, 최소 무게가 함정이다
하중 스펙에서 먼저 볼 숫자는 최대가 아니라 최소다. 대표적인 가스식인 에르고트론 LX의 하중 범위는 3.2~11.3kg인데, 이 최솟값은 장식이 아니다. 반발력을 아무리 약하게 조여도 3.2kg어치는 밀어 올린다는 뜻이라, 그보다 가벼운 모니터를 달면 균형이 무너진다. 무게가 반발력에 지니 암이 혼자 최고 높이까지 떠오른다. 가벼운 추를 매단 풍선과 같은 상태다.
그럼 내 모니터는 몇 kg인가. 여기 두 번째 함정이 있다. 제품 페이지의 무게 항목에는 스탠드 포함과 제외가 있는데, 암에 매달리는 것은 스탠드를 뺀 패널뿐이다. 받침대까지 합친 숫자로 고르면 1~2kg쯤 부풀려 계산할 수 있다. 스펙시트에서 스탠드 제외 무게를 찾아야 하고, 이걸 안 적어 둔 제조사도 많다(왜 안 적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몇 개 제품의 매뉴얼 뒤쪽 사양표까지 내려갔다가 결국 모니터 무게 비교 시트를 만들었다. 시트를 열었다는 건 이 조사가 끝을 보게 됐다는 뜻이다.
붙일 물건도 하중이다. 웹캠이나 모니터 라이트바는 몇백 그램이지만, 하중 경계선에 걸친 모니터라면 그 몇백 그램이 범위를 넘긴다. 에르고트론은 두께가 64mm를 넘는 모니터는 하중 여력이 줄 수 있다고도 적어 두었다. 같은 무게라도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 암이 받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VESA 규격 확인, 뒷면 나사 구멍 간격만 재면 된다
VESA는 모니터 뒷면 나사 구멍의 가로세로 간격을 정한 국제 규격이다. 정식 이름은 FDMI, 평판 디스플레이를 거치대에 고정하는 방식의 표준이다. 책상용 모니터는 대부분 75×75mm 아니면 100×100mm고, 모니터암 쪽 플레이트는 두 규격을 겸용하는 제품이 흔하다. 앞서 예로 든 에르고트론 LX도 75와 100을 다 받는다.
확인은 자 하나면 끝난다. 뒷면 구멍 네 개의 간격을 재거나, 스펙표에서 VESA 항목을 찾으면 된다. 예외가 두 부류 있다. 대형 커브드 중에는 200×100mm처럼 간격이 더 넓은 모니터가 있어 어댑터가 필요할 수 있고, 나사 구멍이 아예 없는 일체형 스탠드 모니터도 있다. 후자라면 모니터암 계획은 접는 쪽이 맞다.
가스식이 맞는 사람, 스탠드로 충분한 사람
화면을 자주 움직인다면 가스식이 값을 한다. 높낮이를 오가는 책상을 쓰거나, 화면을 돌려 보여줄 일이 잦거나, 문서 작업 때 세로로 돌려 쓴다면 부드러운 조작이 곧 사용 빈도로 이어진다. 반대로 한 번 맞춘 높이를 반년씩 안 건드린다면 기계식이 싸고 오래간다. 각도만 잡아 주는 고정 브래킷이라는 더 저렴한 선택지도 있다.
모니터암이 필요 없는 사람도 있다. 지금 스탠드 높이가 눈높이에 맞고 책상 깊이가 넉넉하다면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 다만 스탠드 받침이 차지하던 자리가 통째로 비는 건 생각보다 큰 변화다. 바닥을 비우고 공중으로 올려 면적을 버는 원리인데, 3단 오거나이저의 수직 설계가 문구로 하는 일을 모니터암은 모니터로 하는 셈이다. 화면 높이를 맞추고 나면 다음 차례는 조명이다. 눈의 피로에는 화면 각도만큼 스탠드 조명의 색온도도 관여한다.
이번 조사의 손익 계산. 목이 아픈 이유를 아는 데는 10분이면 됐는데, 가스 실린더의 밀봉 구조를 이해하는 데 이틀 밤을 썼다. 대신 이제 아무 모니터를 봐도 스탠드 제외 무게부터 궁금해하는 사람이 됐다. 이 버릇의 쓸모는 아직 계산 중이다.